피천득_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가 날 울게 만든다

 

 

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진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많은 것들이 언젠간 모두 널 울게 할 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 보다

난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나는 빨강 꼬리가 예쁜 플라망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 오는 날 무작정 날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분홍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 샌들을 사랑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갈색 긴 머리 인형을 사랑했었고

내 머리를 쓱쓱 문질러대던 아빠의 커다란 손을 사랑했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 했을 때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 때마다 난 울어야 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가 날 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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