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을 읽는 밤
들어봐
밤이, 봄 밤이
오래된 애인들과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꽃들이, 등 아래 핀 벚꽃들이
서늘한 봄 비에 지면서도 얼마나 빛나는지
백석을 읽는 밤
내일을 돌보지 않아도
푸근하고 아린
이런 봄날, 봄밤
발치에 조으는 짐승의 착한 눈꺼풀과
이불 아래 방바닥의 온기와
주전자서 끓는 구수한 보리차 냄새
가지들 마른 울음 그치고
저리던 뿌리들도 축축히 잠드는
이런 봄, 밤
- m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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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들이 있는데, 앞으로 종종 이렇게 좋은 시 모음에 한가득 올려드릴게요~ :)
혼자만 보기 아쉬운 시들인데, 이렇게나마 공유드릴 수 있어서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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